여행/Outdoor

낙동정맥트레일 : 승부역-분천역-남회룡분기점-옥방

aeast 2020. 10. 25. 09:02
728x90

뒤늦게 결정하고 열차편을 찾으니 청량리에서 아침 출발하는 열차는 O-Train이라는 특별 편성 기차인지 매진. 영주에서 환승하는 편을 찾아보니 역시 매진된 O-Train.

청량리-강릉-승부로 돌아가는 기차편으로 예매했다.

2019년 10월 14일 23시30분에 청량리 출발하여 익일 04시 59분에 강릉 도착하는 무궁화호 1641편 탑승. 오랜만의 심야열차다. 오래됐지만 그리 불편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한적하다.

강릉역에 도착. 비가 오고 있다. 자판기에서 물을 보충하고.

비내리는 강릉역전
강릉에서 06:09에 출발하여 승부에 08:27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1871편 탑승.
맨앞좌석에 탑승. 충전할 수 있다.

 

해안철도라고 하는데, 동해역까지는 잠깐씩 멋진 동해바다를 보여준다.

승부역에 도착. 역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

역에 붙어있는 식당들도 손님이 없어선지 비어있다. 강릉역 자판기에서 물을 채워온 것이 다행이다.
역에 계시된 트레일 노선도.

역을 나서면 1구간인 석가재, 2구간, 그리고 울진 전곡리 방향 이정표가 있다.

다리를 건너면 2구간이 시작된다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찾자않아 한적하고 덜 훼손된 느낌이다. 난생처음으로 멧돼지도 구경했다.

고개 정상을 앞두고 가파른 계단이 있다. 힘들게 올라서면 배바위재. 우측으로 배바위산으로 연결된다.

거의 버려진 길을 트레일로 가꾼 봉화군의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트레일 내내 표시비, 방향비가 있으며 내력등을 소개하는 푯말도 흥미로왔다. 산간지방은 딸어지는 생산성을 만화하기 위해 이모작을 하였고,배바위재는 벌목을 위해 생겨났으며, 화전민들이 산중간 샘터 주위로 살았다고 한다. 뜬금없이 하서 김인후의 ‘자연가’라는 글을 붙였는데, ‘절로절로가’라는 제목이 어떨지.

비동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절벽의 한켠으로 만들어진 길로 조금 험하게 시작된다. 겨우 명맥만 남았거나 끊긴 길을 봉화군에서 거의 새로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산악자전거로 이 길을 넘었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본다. 자전거를 들어서 옮겼다는데... 푯말에는 엄나무를 재 입구에 심어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배바위재의 수호신 엄나무'과 소떼를 장터로 몰고 가기 위해 이 길이 만들어졌다는 '소장시길' 등의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누구도 엄나무를 심기를 무서워하여 마을의 가장 늙은 노인이 엄나무를 심고 마을에 와 죽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왔다. 어느정도 내려가면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데 계곡이 물소리로 가득 찬다.

배바위재를 오를 때도 데크가 3개 정도 있었는데, 내려오는 길에도 데크를 조성하였다. 그런데 무서워서 잘 수 있을지.

 

길이 완만해지고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비동마을에 들어선다. 8시반에 승부역을 출발하여 11시 20분 경에 마을에 도착하였으니 배바위재를 넘는데 약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마을 여기저기에 한창 공사 중이다. 관광을 위해 펜션이나 카페들을 짓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장사가 될지, 배바위재를 나 혼자 넘었는데... 백패킹을 하다보면 가장 성가신 것이 사람을 보고 짖는 개다. 밥값을 하는 것이지만 마을을 여유로이 지나가고 싶은 과객에게는 깜짝깜짝 놀라며,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군청 등에게 건의하자는 마음도 들었지만, 마을주민과 마을과 집을 지키고자 하는 개들이 무슨 죄인가? 결국 한량의 푸념이다.

 

마을 어귀를 나서면 낙동강이 흐른다. 아름다운 호수라는 의미로 佳湖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둘러싼 산들과 어울려져 편안하면서도 탁트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번 코스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차 두대가 지나가기에는 좁은 콘크리트길을 걷다보면 분천역이 나온다. 마침 O-train이 도착하였는지 관광객으로 복작인다. 역전에 음식점과 카페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지 식당을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봉화군과 마을주민 그리고 관광객들의 이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가게에서 물 한병과 콜라 한캔을 샀다. 2,700원.

분천역. 산타마을이라는 컨셉이다.
분천역 어귀 분천교에서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있고 왼쪽으로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분천역을 지나 여우골로 가는 길. 그냥 포장도로다. 여우골은 여우천마을을 말하는 것 같다. 여우천은 여우랑은 상관이 없고 빗소리가 나는 개천이란 뜻이란다 (如雨川). 들어보니 계곡을 가득 채우는 계곡물소리와는 달리 잔잔하게 빗소리를 닮았다.

분천교를 지나 트레일을 찾기 여럽다. 어쨋든 분천분교 앞을 지나가야 한다.
분천분교를 지나 마을을 따라 쭉 내려오면 포장도로를 만난다. 우회전.
평지 버스정류장
봉화군 농어촌버스시간표

 

여우천길을 따라 올라서면 임도를 만난다. 산이 이름은 모르겠지만 차량도 다닐 수 있을 만한 길이다. 해가 지기 시작했고 인적이 없어 멧돼지도 신경이 쓰여서 한적한 트레킹보다는 빨리 임도를 지나가자는 일념으로.

임도중 나오는 산림청의 자작나무숲길. 많은 기관들이 많은 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상당구간 콘크리크길이다가 자갈길 그리고 산길로 바뀐다
역시나 멧돼지 새끼 3-4마리를 만났다. 새끼를 건드리면 어미가 죽기살기로 덤빈다고 하여 긴장했다. 휴대폰으로 호랑이 소리를 들려줬는데도 이 아기들은 태평이다. 긴장해서 사진도 못찍었다.
나무가 많다. 나무는 많다. 나무만 많다.

 

16시 30분에 임도 삼거리 도착. 지쳐서 물을 마시고 한참을 벤치에서 쉬었다. 삼거리다 보니 짐승들도 모이는가 보다. 숲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난다.

좌회전하면 남회룡분기점이
직진하면 임기 방향

 

임도삼거리를 즈음하여 하산길이 시작된다. 임도 사거리로 가는 길에 해가 졌다. 랜턴을 키고 계속 진행.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았다. 임도 하산길에 어쨌든 텐트와 물과 라면이 있으니... 그래도 해가 지니 기온이 떨어진다.

임도삼거리에서 남회룡분기점까지는 아직 10km
하산길은 편안한 숲길. 해만 지지 않았다면 편안한 트래킹이었을텐데...

 

19시를 조금 넘겨 남회룡분기점에 도착. 임로가 끝나면 개천을 따라 난 포장도로를 만난다. 진행방향에서 우회전하면 영양방향이고, 좌회전하면 남회룡 및 울진 방향. 울진으로 넘어가기 위해 남회룡마을로 진행

불안한 마음처럼 흔들린 사진. 남회룡분기점인지 모르고 지나치고 400m 정도 진행하여 찍은 사진

 

길을 따라 텐트칠 곳을 찾는데 숲사이로 난 좁은 도로가 계속되어 만만치가 않다. 교량공사를 위한 공사장이 편편하게 보여 포기하는 심정으로 텐트를 치고 1박.

라면, 참치캔 그리고 소주, 여행자들의 발할라에 가면 맛볼수 있는 아이템이다.
달, 텐트 그리고 공사장

 

5시에 일어나 추워서 침낭에 있다 담배 피러 나가기를 수회. 7시에 텐트를 정리하고 떠나려는 순간 일하시는 분들이 출근하신다. 공사장에서 1박했다고 인사 드리고 출발.

이른 아침 산안개가 물러나는 시골길을 걷는다는 것
남회룡마을, 정자가 있었네. 어젯밤 그리 찾았는데.
모래밭 버스정류장. 07:30에 버스 출발, 내가 도착할 즈음 떠나는 버스 뒷모습만 봄, 봉화 탈출 1차 실패
낙동정맥트레일 주막쉼터.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으나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열지 않았겠지.
울진군으로 진입. 금강송면이다.
남회룡 버스정류장
마을버스 시간표
울진군 농어촌버스 시간표
낙동정맥트레일 봉화구간의 끝이다

 

원래는 울진구간을 따라가던지 아니면 태고산과 불영계곡을 거쳐 울진군에서 귀경하려고 했는데, 이내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백패킹은 자유로은 여행, 가고 싶으면 가는 것 아닌가. 이제 심각하게 탈출 계획을 고민하게 된다.

917번 지방도를 따라 옥방으로 가서 교통편을 알아보기로 한다.

아스팔드길이지만 계곡을 따라
또 울창한 숲을 따라. 역시 걷기 좋은 길이었다.
이제 곧 36번 국도를 만나면 뭔가 나오겠지

 

드디어 도착한 옥방마을. 하지만 36번 국도는 고가로 연결되어 이 마을과 상관이 없는 듯. 옥방슈퍼식육점에서 물 2병을 사며 아주머니에게 서울가는 교통편을 물어보니 바로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라고 말씀하신다.

만나본 마을 중 가장 마을다운 마을
옥방 버스정류장
일반버스가 아니라 군에서 운영하는 버스인 것 같다. 기사분이 정말 친절하다. 농어촌버스는 1,300원

 

춘양버스터미널에 10시 45분에 도착하여 11시 50분에 동서울터미널로 출발하는 시외버스로 귀경

춘양버스터미널 시내버스 시간표

 

1박3일의 빡센 일정이었다. 처음하는 오지트레일이었다.

트레일 내내 봉화군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트레일을 만들고 꾸미고 거기에 스토리를 입히고..과정에서 군민들과의 협조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봉화군에서 물 3병, 콜라 1캔, 땅콩샌드 1개, 그리고 농어촌버스 2번 밖에 사고 타지 않은 입장이라... 식당에 들어가 막걸리 한잔을 하고 싶었으나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 웬만큼 편하게 보이지 않으면 선뜻 들어서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고,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진행하여 여유가 없었던 점도 있었다. 하여튼 봉화군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맺어 여러 사람이 봉하의 산하가 가진 매력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